인플루엔셜에서 사이먼 윈체스터의 <지식의 탄생>이 24년 8월 28일 출간될 예정이다.
선공개 원고를 읽으면서 인상 깊은 부분이나 생각해볼만한 문장들에 표시를 해봤는데, 정말 얘기해볼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책에 대한 말을 하기 앞서 내가 이 책의 사전 서평단을 신청했던 이유는 나는 늘 세상이 궁금했다. 그리고 지식을 갈망했다.
세상에 대한 나의 막연한 의문이 풀리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신청하게 됐고, 이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식은 유한하나, 무지는 필연적으로 무한하다.
이것이 바로 무지의 주된 근원이다.
-칼 포퍼 경, 1960년 영국 아카데미 강연에서
생활 속에서 잃어버린 삶은 어디에 있는가?
지식 속에서 잃어버린 지혜는 어디에 있는가?
정보 속에서 잃어버린 지식은 어디에 있는가?
-T.S. 엘리엇, <바위>
지식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다. 모든 인생의 발자취는 끊임없는 지식의 축적으로 만들어진다._10p
우리는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과 수단이 무한히 많아졌다는 사실에 경외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지식 전달 방식의 변화가 너무 극단적이고 빠른 것은 아닐까?’ … 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질문이다.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슬쩍 갖다 대는 것만으로 인간의 모든 지식과 사고 전체를 열람할 수 있게 됐다면, …지식을 획득하고 기억하는 데 더 이상 인간의 뇌가 필요하지 않고 컴퓨터가 모든 것을 대체한다면, 지능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_15,16p 데이터, 정보, 지식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세상에서는 지혜와 그 미래에 대한 우려가 불가피하다. 지혜의 미래가 어둡다는 문제의식이 이 책을 쓰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_35,36p
지식에 대한 갈망이 여행에 대한 인간의 집요한 욕구를 촉발한 것이다. 초기 인류는 ‘지평선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고 싶다’는 유혹에 이끌려 지평선 너머로 여행을 떠났다._73p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은 혁명에 불을 지폈다. 그로부터 2,00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인터넷 기업 아마존은 언제 어디서든 말을 걸면 정보를 불러올 수 있는 기기를 만들었는데, 이 기기에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을 기리는 의미에서 알렉사Alexa라는 이름을 붙였다._166p
이 책은 단순히 질문으로 끝내는 것만이 아닌 답도 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지식을 얻어갈 수 있는 책이었다.
공감가는 글들도 많았고 평소 의문을 품고 있었던 질문들에 대한 답도 많았다.
나는 항상 지평선 너머를 궁금해 했고 그래서 독서, 영화, 여행이라는 취미를 가졌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이 궁금했고 내가 알 수 없는 세상들이 궁금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몰랐던 세상을 좀 더 알게 됐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파트는 2장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였다. 문화에 대한 모독은 다른 나라를 쉽게 정복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여겨져 많은 단체나 정복자들은 도서관을 불태우고 훼손한다. 그렇게 훼손되고 소실된 자료는 과거부터 셀 수 없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자, 기부자, 수집가, 정부 등 지식의 보고인 책을 아끼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 꼭 필요하니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도서관을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반 시민들의 노력 덕에 수많은 도서관이 복원 가능했다.
다른 나라를 정복하기 위해서 도서관을 불태우고 자료들을 불태우는 게 과연 맞는 선택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록은 과거 인류가 미래의 인류에게 남기는 지혜다. 그 지혜를 단순히 나와 뜻이 다르기 때문에, 나와 같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정복해야 하기 때문에 없애는 게 옳은 일일까. 청나라도 폐쇄적으로 지냈으면서 여러나라의 기록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단순히 다른 편이라고 없애기에는 인류에게 너무 큰 손실은 아닌 건가 이미 사라진 기록들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도서관을 재건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를 볼 때에는 ‘교보생명으로 벌고 사회환원은 서점으로 하겠다‘,’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등의 말을 남긴 교보문고가 떠올랐다. 책…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같이 대화했으면 하는데, 며칠 전에 요즘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독서라고 대답했더니 책을 왜 읽는지 모르겠다며 독서하는 사람들을 비웃는 말을 들었다. 그 앞에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라며 넘겼는데 좀 더 경험과 지혜를 쌓아서 다음에 또 시비가 걸리면 무조건 이긴다…
마지막으로 모술이란 곳에 가보고 싶다는 말로 마무리 하겠다. 수백 년 전부터 서점이 발달한 도시인만큼 책이 빼곡히 진열된 작은 서점도 많고 마을 사람들은 서점에서 커피를 마시고, 소설책을 읽고, 역사나 예술 서적을 감상하고, 지도책을 살핀다는 모술. 얼마나 낭만적인가. 독서를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가보고 싶다. IS가 모술을 장악했던 3년 가까이 모든 서점을 폐쇄하고 파괴하기 시작했고 가장 먼저 파괴된 곳은 신성한 도서관으로 존경받던 모술대학교 중앙도서관이었지만 도서관은 2022년 재건되었다고 하니 버킷리스트에 올려두고 하루빨리 가봐야겠다.
진짜 마지막으로…체임버스가 존 헤리스의 <기술사전>을 읽고 ‘내가 더 잘 만들 수 있겠다’생각하고 백과사전을 만들고 존 헤리스보다 성공했다는 게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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